영국 런던에 있는 에비로드 스튜디오의 벽은 온갖 낙서들로 가득하다. Beatles가 자신들의 음악을 레코딩한 장소로,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앨범 ‘Abbey Road’의 자켓 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겨울 여행 중 이곳에 들른 나는 어느 한 팬이 적어 놓은 문구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John, I’m still Imagine!’ 이라는 문구였다.
인간은 상상으로 비롯된 동물이다. 간(間)은 관계를 의미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정의와 성찰로 이어진다.관계에 대한 성찰은 가족을, 마을을, 그리고 국가를 만들어낸다. 국가와 사회와 문화 모두 상상의 산물이다. 제도라 함은 이 상상을 현실에 붙여 넣는 접착제와 같다. 법률과 무력으로 공고하게 머무른 ‘공동체적 상상력’은 역사를 만들어 내었다. 문화인류학에서 문화란 때때로 공유된 무관심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를 빗대자면, 역사 속에서 국가-제도로 발전한 인간의 관계맺음은 시대에 따른 공고한 공유된 상상력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회를 연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관계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경험적이든, 혹은 이론적이든 둘 이상의 ‘사람’에서 출발하는 사회에 대한 연구는 ‘관계’와 ‘성찰’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 관계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어디서 관계를 발견하느냐, 성찰을 어떤 시각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회과학의 연구와 결과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성찰의 결과가 만들어 낸 다양한 시각은 서로 대립한다. 이 대립은 무척 정치적이다. 가령 페미니즘은 주류 사회학과는 다른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본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프레임이 주류 사회학과 일정 부분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논의되고 통용되는 곳이 정치적이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승리한 시각은 저널리즘과 같은 통로를 거쳐 사회의 주류적인 의식을 만들어 낸다.반드시 학문의 범주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사회를 말하는 다양한 목소리에는 이와 같은 정치적인 헤게모니가 존재한다.
여기서 다시 그 ‘공유된 의식’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공유된 무관심’, 혹은 ‘정치적으로 승리한 의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동시에 ‘공유된 상상력’, ‘강요되고 있는 상상력’이라 할 수도 있다. 사회는 곧 정치적으로 승리한 상상력이 지배하는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공고하게 굳은 상상력에는 향기가 없다. 상상은 본디 개별적인 것이다. 비록 제도는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상상의 제한 범위를 설정하고 있으나, 사회를 단순히 주류적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계에 대한 물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성찰’이 이어지기 위해선 상상이 필요하다.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공유된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시몬 드 보봐르가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했을 때, 이 일갈의 대상은 단순히 페미니즘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인간도, 관습도 모두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상상에서 비롯된다. 사회를 보는 데에는 정교한 방법론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비판적 상상력, 고민과 일탈을 거친 직관도 중요하다.
물론 모든 분석과 성찰의 결과는 단순한 윤리적 나열이 아닌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밀즈의 다소 시니컬한 비판에는 사실 ‘제대로 상상할 것’에 대한 요구가 함의 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학자에 국한된 상상력이 아닌 일상 속의 상상으로 그 논의를 넓혔을 때, 밀즈의 지적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공유된 상상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으로 연결 지을 수 있다. 이는 곧 개개인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존 래넌이 Imagine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연대의식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 속 첫 소절은 늘 Imagine으로 시작한다. ‘Imagine there's no heaven’,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magine no possesions’. 그가 꿈꾸는 연대는 사실 개개인의 의식적 자유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 의식적 자유는 상상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2009년 여름계절학기 정치사회학 서평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리 2009/08/07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고 분명하고 이야기가 있는 글은 늘 좋구나
(I meant, 네 홈피에 로그인하기 위한 비번을 잊어버렸다는 것. 방명록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살대체용 중국산 담배와 빈부격차극복용 독일밀수담배가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
독일밀수담배 매우 끌리는데. 조만간 보아. 할 얘기 많어 ㅋㄷㅋㄷ